여권업무 우체국 감소 탓
리얼ID 유예 홍보도 부족
여권 신청을 위한 우체국 예약만 최소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다, 평균 4~6주 정도 걸리던 일반 여권 발급도 두 배 이상의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8일 국무부 산하 영사 업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미국 여권 신청서는 총 2137만8994개였다. 이는 역대 최고 신청 건수다. 2016년(1867만6547개)와 비교하면 여권 신청서가 무려 270만 개 이상 급증했다.
여권 신청은 매해 증가세다. 2013년(1352만9757건), 2014년(1408만7341건), 2015년(1555만6216건) 등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주 여권 신청을 위해 지역 우체국을 방문한 로렌 김(29)씨는 "기존 여권 신청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우체국도 업무가 중단된 곳이 많고 신청자가 너무 많아 예약도 한 달 후에나 가능하다고 하더라"며 "곧 해외에 나갈 계획이 있는데 여권 신청 자체가 늦어져 난감한 상태"라고 말했다.
우선 여권 신청 적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데는 연방우정국(USPS)이 수년간 적자폭이 늘어나자 직원 감원에 따른 업무량을 조절하기 위해 여권 업무가 가능한 우체국을 대폭 줄인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USPS에 따르면 LA지역의 경우 여권 신청 및 갱신 업무가 가능한 우체국은 현재 22곳이다. 이는 2014년(32곳), 2017년(24곳)에 비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리얼ID(Real ID)'법 시행 연기에 대한 홍보 부족도 요인으로 꼽힌다.
풀러턴 우체국 제니퍼 로웬(여권 업무 담당)씨는 "올해 1월 말부터 '리얼ID'가 시행된다는 소식에 앞으로 국내선 이용자도 여권 등 연방정부가 발급한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갑자기 신청자가 늘었다"며 "하지만 최근 리얼ID법 시행이 2020년까지 연기되면서 유예기간이 주어졌는데 그중에는 이 사실을 모르고 여권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USPS 애블린 라미레즈 공보관은 "국무부의 경우 매년 9월을 '여권의 달'로 부각시키는데 여권 수요가 통상적으로 1월이 되면 급증하기 때문에 순조로운 여권 발급을 위해 미리 9~12월에 신청을 하라는 것"이라며 "요즘처럼 여권 신청이 많은 시기에는 미뤄질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여유가 있을 때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신청자가 늘어난 것도 적체 요인이다. 반이민 정책에 대한 추방의 두려움으로 서류미비자 부모들이 미국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해 여권 신청을 서두르면서 신청자가 증가한 것이다.
오리건주 마리온 카운티 등기 사무소 빌 버지스 서기관은 "우리 사무소에서는 매년 평균 800~900여 명 정도 여권 신청을 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매달 신청자가 1000명 이상일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신청자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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