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 부동산 시장 전망
모기지 이자율, 새해도 4% 아래 유지 예상
경제 호조는 큰 힘, 대선·금리 변동은 변수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걱정스러운 전망을 안고 시작했다. 예상대로 상반기에 모기지 이자율이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가라앉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연방준비제도의 잇따른 기준 금리 인하 조치의 영향으로 모기지 이자율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주택 시장은 극적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2020년 올해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변화가 있을지 전망해 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선 올해는 긍정적인 전망이 훨씬 우세하다.
▶부족한 공급에 경제는 호조
미국 부동산 시장은 한국 부동산 시장과는 달리 투명성이 높고 규제와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낮다. 다시 말하면 정부의 간섭이나 개입은 거의 찾을 수 없고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율적인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자료는 주택 공급 부문이다. 각
종 기관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서부의 중심지인 LA, 중부의 중심지 댈러스, 북동부 중심지 뉴욕은 현재 시점에서 모두 양질의 일자리가 풍부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는 2030년까지 주택 460만호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2~3년 전부터 이어온 주택 매물 부족 현상도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역사상 최저 수준의 모기지 이자율은 새해에도 지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사람 구하기가 힘들 정도로 일자리가 풍부한 노동 시장 상황과 역사상 최저 수준의 실업률, 임금 인상 추세 등은 세입자의 경제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도 증가할 것으로 부동산업계 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가격도 일정 수준에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변수
올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는 미·중 무역 전쟁, 대통령 선거, 금리 변동 등이 꼽힌다.
미·중 무역 전쟁은 지난달 극적으로 1차 합의에 도달했지만, 아직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무역 전쟁이 지속한다 해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악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주택 시장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반면 무역 전쟁이 종결된다면 부동산 시장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있다. 특히 최근 2~3년 새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간 중국 자본이 다시 미국에 들어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주택 문제가 핵심 중 하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의 주요 예비 대통령 후보들은 주택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원인 가운데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주택공급 부족 때문으로 인식하고 있다.
금리 변동과 관련해서는 일단 연방준비제도 차원에서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는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도 모기지 이자율이 4% 아래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 주택을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만큼 월 페이먼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택 구매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된다.
▶트렌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첫 주택 매입에 나서는 사람이 많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에 대해서는 이들이 이제 은퇴 연령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주택을 다운사이징 하는 추세가 본격적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대형 부동산 거래 업체가 ‘아이 바잉(iBuying)’이라는 형식의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올해는 더 인기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주택 즉시 매입을 의미하는 서비스로 기존 에이전트를 통하거나 기존 거래 절차를 생략하면서 거래 기간을 대폭 줄인 거래 방식이다. 셀러 입장에서는 집수리부터 집안 정리, 에이전트 선정, 오픈 하우스 등의 과정을 생략할 수 있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이제 막 소개된 서비스이지만 예상외로 이 서비스를 찾는 고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설립된 오픈도어(Opendoor)가 시장에 이 프로그램을 소개했고 켈러 윌리엄스, 콜드웰 뱅커 등 전통 부동산업체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트레스와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그에 대한 대가로 가격을 양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연말에 나온 자료에 따르면 전통방식의 거래와 아이바잉을 통한 거래와의 가격 차는 채 1%도 되지 않았다. 만약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아이바잉을 통한 거래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김병일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20/01/02 경제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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