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고금리 여파 커져
▶ 저실업율 고용시장 변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강력했던 미국의 소비가 치솟는 물가와 금리 상승 여파로 꺾이기 시작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랫저널(WSJ)이 진단했다.
31일 WSJ에 따르면 미국 소매 판매는 지난달 전월보다 1.1% 감소해 작년 1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 급감했다. 소비 지출은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한다. 지난해 주택 총 매매 건수는 전년보다 17.8% 줄어 2014년 이후 최소치였고 신차 판매는 1,370만대로 10년만 최소 수준이었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한 침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던 2020년 하반기와는 완전히 반대다. 봉쇄 기간 소비자들은 운동용 자전거, TV, 학생용 노트북 PC 등을 구매했고, 봉쇄가 풀리자 식당과 여행지로 돌아갔다. 이를 통해 장기 침체를 피할 수 있었다.
또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막대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넘쳐나는 저축 잔고, 저렴한 차입 비용으로 계속 소비할 수 있었다. 작년에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였지만, 소비지출 증가율은 물가상승률을 2%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지금은 여전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높지만, 지출을 유지하던 힘은 약해지고 있다. 미국인들이 월 소득 중 저축하는 비율은 지난달 3.4%로 전년 동월(7.5%)보다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초고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급격하게 높아진 금리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측정한 연간 인플레이션은 지난달 19개월 연속 5% 이상을 유지, 1980년대 이후 최장기간 5% 이상 기록을 세웠다.
물가와 금리 인상은 소비자 지출을 둔화시키고 있지만, 그 효과가 완전히 나타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진단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아마 당분간 높은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며 “아직 그 영향이 완전히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결국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 조사에 의하면 시장 이코노미스트들은 향후 12개월 내 경기후퇴 가능성을 61%로 전망하면서 소비 위축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고용시장 변수는 예측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간 연준의 통화 긴축에도 일자리는 많았고 임금은 계속 상승했다. 미국 실업률은 반세기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5%로 전월(3.6%)보다 0.1%포인트 하락했고 비농업 일자리는 22만3천 개 증가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보다 4.6% 각각 늘었다.
그러나 고용시장 약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골드만삭스 등 월가 은행들은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또 고용주들은 임시직 근로자를 빠르게 해고하고 있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새 일자리를 찾는데 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작년 12월 미국에서 해고된 임시직 노동자는 3만5,000명으로 지난 2021년 초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3개월 반∼6개월 동안 실직 상태인 실업자는 82만6,000명으로 작년 4월(52만6,000명)보다 증가했다.
<출처: 미주한국일보 202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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