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율 올라도 수요 여전,‘거래·집값’ 살아나
▶ 공급망 대란 해소로 ‘건축 업계 신뢰’ 큰 폭↑
일부 보도에 의하면 주택 거래가 줄고 일부 지역의 집값은 팬데믹 대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매물 한 채에 여전히 여러 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는 과열 경쟁이 여전하다. 물론 일부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현재 주택 시장이 침체, 둔화, 회복세 중 어떤 상태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해 반짝 나타났던 주택 시장 침체 현상은 이미 끝난 것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주택 시장이 어떤 형태의 회복세를 보일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 신규 주택 시장 완연한 회복세
달라스 소재 주택 건축 업자 도니 에반스 씨는 주택 시장 전망을 매우 밝게 보고 있다. 공급망 차질로 어려움을 겪었던 팬데믹 시기에 비해 현재 주택 완공까지 걸리는 기간이 6주나 줄었기 때문이다. 신규 주택을 사겠다는 바이어가 전에 비해 늘었다는 것이다. 달라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5만 달러 저가대 주택에서부터 85만 달러대에 이르는 가격대까지 집을 사겠다는 바이어가 줄을 서고 있다. 30년 만기 이자율이 최근 7%를 넘었는데도 이처럼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자 에반스 씨는 “현재 주택 시장이 약간의 둔화세일 수는 있지만 침체로 보기에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주택 건축 업계, 부동산 업계, 경제 전문가들도 에반스 씨와 같은 생각이다. 지난해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했을 때만 해도 주택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이제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침체 우려가 많이 해소됐다는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면서 주택 건축 업계의 신뢰도가 회복된 것도 주택 시장에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모기지 이자율이 최근 많이 올라 수요가 다소 억제됐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과열 구입 경쟁 현상이 줄어 바이어의 자신감도 지난해보다 회복된 상태다. 작년 하반기 나타난 주택 가격 하락세 역시 하락 폭을 줄여가며 안정되는 모습이다.
◇ NAR, ‘침체 끝났다’ 선언
주택 부문은 소비자 지출과 경제 성장을 책임지는 주요 주도 업종으로 침체가 끝났다는 것은 전반적인 경제에도 긍정적이다. ‘전국부동산중계인협회’(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 침체는 끝났다. 이제 주택 시장이 어떤 형태로 회복될 지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침체 종료를 단언하며 “주택 공급이 충분히 이뤄져 바이어가 집값 상승에 대한 부담 없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회복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제학자들이 현재 매물이 150만 채~500만 채가 부족하다고 지적할 정도로 매물 부족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 3~4%대의 낮은 이자율로 모기지 대출을 받은 주택 보유자 사이에서 집이 마음에 안 들어도 유리한 모기지 조건 때문에 집을 팔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매물 부족 현상의 주요 원인이다.
재판매 주택 매물 부족 현상에 바이어들은 신규 주택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연방주택도시개발국’(HUD)과 연방센서스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단독주택 판매량은 전달보다 약 12.2% 급증해 2022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신규 주택 판매량 증가로 신규 주택이 전체 주택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지난 5월 신규 주택 판매량은 전체 주택 거래 중 31%를 차지했는데 팬데믹 이전 평균인 15%의 두 배 수준이다.
주택 가격은 지난해 6월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하반기 내내 하락세를 이어가며 침체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올들어 반등세를 보인 주택 가격은 미미하게나마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S&P코어로직 케이스 실러 주택 가격 지수는 4월 전달 대비 0.5% 상승하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 높은 가격에도 잘 팔려
5년 전인 2018년 톰슨 부부는 플로리다주 매틀라차에 37만 5,000달러를 주고 집을 구입했다. 장기 거주 계획이 없었던 부부는 인근 사우스 베니스 비치로 이사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집을 85만 달러에 내놨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주택 시장이 본격적으로 냉각되기 시작한 시기로 결국 집은 안 팔렸다.
남편은 몇 달 동안 허리케인으로 입은 건물 피해를 수리한 뒤 올해 5월 75만 달러에 집을 다시 내놨고 5월 말 72만 5,000달러에 파는 데 성공했다. 작년에 내놓은 가격에 비하면 낮은 가격이지만 구입한 가격의 약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가격은 떨어졌지만 올해 집이 올해 팔렸다는 것도 지난해 발생한 침체가 끝났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집값 급락한 ‘팬데믹 특수’ 도시 가격 안정세
아이다호주 보이지 주택 시장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지만 현재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팬데믹 기간 서부 해안가 지역에서 주택 수요가 물밀듯 유입되면서 보이지 주택 시장이 들끓기 시작했다. 나오자 마자 팔려 나가는 집이 수두룩했고 주택 가격도 폭등 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연준의 금리 인상과 함께 보이지 주택 시장도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나온 지 60분~90분 만에 팔리던 매물이 이제 60일~90일은 기다려야 팔릴 정도로 열기가 식었다. 그러나 최근 수요가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주택 가격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6월 보이지 주택 중위 가격은 54만 5,000달러로 작년 6월 대비 8% 낮은 수준까지 회복됐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지난해 비정상적인 집값 수준이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연준도 침체 바닥 벗어난 것으로 판단
달라스 에반스 씨와 보이지 주택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연준의 주택 시장 전망과 일치한다. 연준의 6월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의원은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주택 시장에 미친 영향이 바닥을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올 초부터 주택 거래, 건축업계 신뢰, 주택 신축 등이 회복되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연준의 경제동향종합보고서인 ‘베이지 북’도 달라스 연방준비은행과 필라델피아 연방준비 은행의 보고서를 종합해 올 하반기 주택 신축이 증가할 전망이며 재판매 주택 거래가 예년 성수기에 미치지 못하지만 소폭 증가했다고 발표해 주택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침체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주택 시장의 다음 단계는 회복이다. 향후 주택 시장의 회복세는 연준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하느냐에 달려있다. 인플레이션이 최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완화됐지만 연준의 목표치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 15개월간 10차례 연속 기준 금리를 올린 연준은 올해 6월 한차례 인상을 중단한 상태지만 올해 말까지 금리를 두 번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빠르면 7월 말 기준 금리는 0.25%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이미 이자율에 반영돼 7월 13일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 대출 이자율은 6.96%로 7%대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출처: 미주한국일보 2023.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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