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율 상승 멈추면 수요 돌아와 하락세 꺽여
▶ 매물 전망은 지역별로 들쑥날쑥 큰 차이 보여
롤러코스터 같은 해를 보낸 주택 시장이 이미 2023년 새해를 맞았다. 지난 수년간 바이어에게 주택 시장은 그야말로 지옥과 같았다. 매물은 동이나 찾을 수도 없고 셀러가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전례 없는 셀러스 마켓이 이어졌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주택 거래가 자취를 감추자 셀러의 입김이 서서히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과연 올해 주택 시장에 바이어가 그토록 기다렸던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찾아올까? 온라인 재정정보업체 고우뱅킹레잇이 부동산 전문가들과 함께 올해 주택 시장 모습을 미리 살펴봤다.
◇ 시장 주도권 셀러 → 바이어
지난해 바이어에 우호적인 시장 여건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주택 시장에서 셀러의 입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홈리스터의 린제이 맥린 창업자는 “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주택 구입 부담이 높아져 수요가 사라졌다”라며 “이 같은 주택 시장 현실에 맞춰 셀러의 기대치가 낮아졌기 때문에 바이어가 올해 어느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올해 주택 시장 상황을 예측했다.
올해 주택 시장이 바이어스마켓으로 전환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시장 주도권이 바이어에게 완전히 넘어가기보다는 지난 수년간에 비해 균형점을 찾아가는 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초와 같이 컨틴전시를 포기하면서까지 주택 구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은 사라지고 대신 바이어 인센티브 제공에 나서는 셀러를 많이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지난해말부터 바이어 클로징 비용과 모기지 이자율 인하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셀러가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매우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는 셀러가 많고 주택 순자산 가치도 역대 최대 규모다. 집을 내놨지만 서둘러 팔 이유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급매에 나서기보다는 기대하는 조건의 오퍼를 받을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셀러가 많을 전망이다.
◇ 가격 하락세 멈출 수도
지난해 주택 시장은 열탕에서 냉탕으로 돌변한 해다.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 하락세가 나타났지만 올해 하락세가 이어질지, 하락 폭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지난해 주택 가격은 2021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급등하던 모기지 이자율이 12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서며 관망 중이던 주택 수요가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자율 추가 하락으로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경우 주택 가격 하락세는 이어지기 힘들 전망이다.
이자율 상승 영향으로 지난해 주택 가격은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10월 기준 전달보다 0.5% 하락했다.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지만 하락 폭은 9월(-1.0%)보다 크게 줄었다. 지난 10월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상승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 매물 증감 지역별 들쑥날쑥
한동안 품귀 현상을 빚었던 주택 매물 상황은 지난해 말부터 들쑥날쑥하다. 지난 12월 일부 지역의 경우 매물이 2배나 증가하는가 하면 일부 지역은 25%가 빠지는 등 지역별로 매물 현황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매물이 급증하는 지역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수요가 몰렸던 솔트레이크시티, 보이시, 피닉스, 오스틴, 라스 베거스 등 이른바 팬데믹 붐 타운들이다.
지난해 주택 매물 시장에 예년과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매물이 감소하는 것이 예년의 상황이었지만 지난해의 경우 팔리지 않는 매물이 쌓이고 판매가 일시 중단되는 매물은 감소하면서 매물 증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맥린 창업자는 “새해 연휴가 끝나면 바이어 활동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매물량도 늘어난 유동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첫 주택 구입 증가
주택 가격 급등에 그동안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한 수많은 바이어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약 2년간의 기간 셀러는 ‘천국’을 경험했지만 바이어는 ‘지옥’을 맛봤다. 집을 내놓기만 하면 무섭게 팔려나가고 바이어의 애걸복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셀러였다. 바이어에게 이처럼 지옥과 같았던 상황은 지나간 지 오래고 올해부터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남가주 잉글우드 소재 부동산 업체 WLM 리얼티의 오데스트 라일리 주니어 대표는 “올해 FHA 융자를 통한 첫 주택 구입 활동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바이어의 조건에 맞춰야 집을 팔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셀러도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리스팅 가격 인하를 주저하는 셀러가 많았다. 그러나 모기지 이자율 급등에 주택 수요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가격 인하 필요성을 느끼는 셀러가 늘기 시작했다.
◇ 이자율 8% 상승에 대비
올해 모기지 이자율이 예전처럼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다. 지난 12월 이자율 하락세가 나타났지만 하락 폭은 사라진 수요를 다시 불러들일 만큼 그다지 크지 않았다. 부동산 업체 롱앤포스터의 마르코 스미스 부동산 에이전트는 오히려 올해 이자율이 서서히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스미스 에이전트는 “바이어 크레딧 조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모기지 이자율은 6% 중반대에 머무를 것”이라며 “하지만 6월, 7월부터 이자율이 최고 8%까지 다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전망했다.
모기지 이자율이 오른다고 해서 바이어에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이자율이 오르면 거래가 감소하기 때문에 셀러는 리스팅 가격을 내리게 된다. 올해의 경우 이자율 상승세가 서서히 나타날 전망으로 리스팅 가격 인하 폭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스미스 에이전트는 “이자율은 올해 내내 6%~8%대에 머물다가 연말쯤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주한국일보 2023. 1.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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